스즈메의 문단속: 애도하는 마음을 전하는 연출의 걸작




신카이 마코토와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가장 최근작이었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은 전 세계 모든 관객의 눈과 마음, 그리고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왔고, 그는 재난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상실, 치유에 대한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문' 이라는 것은 공간과 공간을 분리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두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수많은 순간들은 문을 통해서 일어나고 그런 순간들이 모여 문은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재해로 인해 모든 것이 사라진 곳에 덩그란히 남아있는 문을 통해 과거 이곳에도 수많은 특별한 순간들이 있었고 감독은 이런 장소들을 기리고 애도하고자 했습니다.
과거의 슬픈 일을 잊거나 외면하는 것으로 치유할 수 없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줄 순 있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스스로 위안을 찾아야 진정한 평화가 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슬픔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고 슬프다는 감정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와토 스즈메' 라는 이름은 '바위로 된 문을 진정시킨다.' 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바위로 된 문이 여닫는 일처럼 힘든 일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시각적 예술성: 눈을 사로잡는 장면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그 놀라운 시각적 예술성입니다. 신카이 감독의 영화는 세밀한 디테일에 대한 철저한 완벽주의로 유명하며,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광활한 풍경에서 일상적인 물건의 정교한 질감까지, 애니메이션은 제작팀의 기술과 헌신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수작업 애니메이션과 최첨단 디지털 기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현실에 기반을 둔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 융합은 관객들이 스즈메의 여정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며, 매 장면을 시각적인 축제로 만듭니다.

특히 배경이 주목할 만합니다. 신카이 감독은 현실 세계의 장소들을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하여 진정성을 부여합니다.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배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종종 캐릭터들의 감정 상태를 반영합니다. 평온하고 햇살이 비치는 초원이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등, 이러한 배경은 서사를 강화하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더욱 깊이 끌어들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관객은 과거 일본에서 재난이 있었던 여러 장소들을 거쳐오게 됩니다. 스쿠터, 버스, 기차를 타면서 다다른 곳에는 과거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관객들은 감독이 보여주는 풍경에서, 생활감이 보이는 자잘한 소품들에서 쓸쓸함과 생명력을 동시에 표현하는 자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색채의 힘: 감정과 분위기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색채는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신카이 감독의 색채 사용은 전략적이면서도 감동적이며, 각 scene들의 컬러차트는 장면의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되었습니다. 따뜻한 색조는 편안함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차가운 색조는 긴장감과 예측 불가능한 힘을 상징하여 대비시킴으로써 캐릭터들의 내면의 혼란과 외부의 위협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색조 간의 전환도 전략적으로 설계되어 주요 서사적 변화 지점에서 느낌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햇살이 가득한 날의 따뜻함에서 황혼의 차가운 색조로의 전환은 주인공의 감정적 여정의 변화를 의미하거나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알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묘하지만 강력한 전환은 영화의 속도를 유지하고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스즈메의 문단속의 색채 구성은 크게 두 가지 패키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은 이야기의 판타지 요소들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역할도 합니다. 뒷 세계로 갈 수 있는 신비로운 문과 관련된 장면에서 사용되는 비현실적인 색채는 현실 세계의 차분한 색조와 대조를 이루어 스즈메의 여정에 마법과 같은 신비함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시각적인 색채 구분은 관객들에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보여줌으로써 분명 누군가에게 일어났던 일임과 동시에 이것이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에도 벌어지는 일이며 마법과도 같은 힘을 통해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임을 보여줍니다. 


각종 영화제 수상, 그리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

'스즈메의 문단속'은 차마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고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참사의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이것을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이용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영화를 통해 보여준 그의 진심은 이런 걱정을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장본인이기도 하며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음을 알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꺼내기 힘든 이야기라고 하여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답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살아남은 사람이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 것도 안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적인 위로나 토닥임도 한계가 있습니다. 
감독은 스즈메가 자신을 스스로를 상실감에서 구해내듯이 자기 자신을 향한 깊은 애정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인들은 그들을 묵묵히 응원하며 함께 살아가자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아직 많은 사람이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선 슬픔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고 문을 닫기 위해선 일단 그 문을 다시 한 번 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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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연출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왜 그가 오늘날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줍니다.

모든 매체가 메세지를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할 수도 있고, 시각적인 만족감이나 음악적인 감동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제작자의 의도와 감성은 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감독의 고민과 이해심, 그리고 인류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도 그러하듯 무엇인가를 염원하는 마음을 또 다시 작품으로 이끌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카이 마코토만의 방식으로, 그가 사용하는 색감과 연출, 스토리 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애니메이션이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 않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많은 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은 애니메이션이 가진 장점입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신의 메세지를 전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습니다. 그의 작품이 늘어갈 수록 점점 더 세련되게 다가오는 것 같아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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