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삶의 자세와 행복


포레스트 검프 영화 포스터
Forrest Gump (1994)


감동을 선사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

로버트 제메키스(Robert Zemeckis)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Tom Hanks)가 주연을 맡은 포레스트 검프 (1994)는 이제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지능은 낮지만 올바름을 아는 사람, '포레스트 검프'는 자신도 모르게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의 중심에 존재하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주변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영화의 흐름은 드라마틱함을 베이스로 유머를 잃지 않으며, 깊은 감성을 자극하여 많은 관객을 웃고 울게 하였습니다.

포레스트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보다 못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하다가 우리보다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사회적인 약자이기도 한 그가 보통의 사람도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극복해 내는 과정은 감탄스럽기도 했지만,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했을 '의심'과 '좌절'에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끝까지 믿고 행한 그의 '단순함'과 그의 의심 없는 '성실함'에 있었습니다. 


톰 행크스의 천재적인 연기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의 연기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포레스트 검프 바로 전작인 필라델피아를 필두로 연기의 폭이 넓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이전에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충격적인 연기 변신을 한 후 포레스트 검프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당시에 너무나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충격적이었던걸 기억합니다.

남부 특유의 무뚝뚝함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포레스트의 아역 배우인 마이클 코너의 말투와 목소리를 흉내를 냈습니다. 어린 아역에게 목소리를 바꾸라고 요청하는 대신 자신이 소년의 억양에 맞게 조절하여 영화 전반에 걸쳐서 캐릭터의 결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지요. 이러한 그의 연기 디테일은 유명한 그의 연설 장면에서도 일관성과 진정성이 보이는데 큰 작용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포레스트의 정신적인 지능과 신체적인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특유의 자세와 걸음걸이를 개발했습니다. 낮은 IQ와 직설적인 말투, 겸손한 태도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기 위해 톰 행크스는 신체적인 언어를 좀 더 순진하고 어린아이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설정은 장거리 달리기 장면에서도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섬세한 디테일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짜 포레스트가 존재하듯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역사적인 사건들과 음악, 그리고 사람

'포레스트 검프'는 가상의 인물이었지만 그가 등장한 세상에는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포레스트는 '우연히' 이런 사건들 근처에 혹은 중심에 있으면서도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중요한 인물인 듯하지만, 별거 아닌 해프닝처럼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갑니다.

포레스트는 '잘 뛰고 말 잘 듣는다'는 이유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나 정의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자신 삶의 환경이 바뀐 것뿐이지 그의 세계는 여전히 그에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즉 ' 사람을 살리는 것', 그리고 ' 죽을힘을 다해 뛰어라.'라는 제니의 말을 따라 행동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대부분의 부대원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그러나 그에게 마음을 열었던 친구 '버바'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후 그는 버바의 유언에 따라 새우잡이 사업을 시작했고, 그가 목숨을 구했지만, 절망에 빠져있던 '댄 중위'와 함께 합니다. 

'댄 중위'는 대대로 전쟁터에서 명예롭게 죽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던 사람입니다. 그의 영웅적인 전사의 순간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은 '포레스트 검프'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다리를 잃어버리고 말았지만요. 삶의 목적도 건강한 신체도 잃어버린 그는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운명과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폭풍이 불던 날 그는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자신의 운명과 최후의 대결을 했고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겐 정해진 운명이 아닌 개척하는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보였습니다. 주변을 보게 되었고 처음으로 포레스트에게 ' 살려줘서 고맙다'라는 인사를 하게 되었죠. 

포레스트 검프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많은 곡들이 나옵니다. 이 음악들은 그 당시 시대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Creedencs Clearwater Revival의 "Fotunate Son'이라던가 Jimi Hendrix의 "All Along the Watchtower"는 베트남 전쟁 당시 반문화 반전 정서를 담고 있고 엘리스 플레슬리의 문화적 충격이라던가 'Lynyrd Skynyrd'의 "Sweet Home Alabama" 등 변화하는 미국을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의 상징적인 곡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제니' 그의 삶의 느낌표이자 물음표 그리고 마침표가 된 여인.
제니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습니다. 오리의 각인효과 처럼 제니는 그에게 '반드시 행복해야 되는 사람'이 되었고 함께 있지 않은 순간에도 늘 그녀의 행복을 바랏습니다. '제니'도 포레스트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불행에 해답을 찾기를 원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자신의 정의로 극복하고자 여러 이상을 좇았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남자들이 늘 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직 포레스트 검프만이 순수하게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유일한 사람이었죠. 그녀는 저항하고 원망하고 도망하고 외면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자기 내면에서 오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으로부터 오기도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엔 마음의 평화를 찾은 듯했습니다.
포레스트는 신과 천국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언젠가 그녀를 만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늘 그래 왔듯 그는 그녀와 만날 날을 기다리며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와 깃털

영화의 시작에 깃털 하나가 춤추듯 날아와 포레스트의 눈에 띄게 됩니다. 포레스트는 소중한 것을 발견한 듯 책장 사이에 꽂아두게 되고 이 깃털은 영화 마지막에 다시 날아갑니다. 
우리는 다양한 삶의 자세와 마주칩니다. 행복을 옆에 두고도 불행에 가려져 행복하지 못한 순간, 나의 불행이 밖에서부터 온다고 믿으며 투쟁하는 순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히려 행복을 얻는 순간 등 삶은 늘 한결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이 그렇듯 내 옆의 사람도 지금의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삶은 초콜릿 박스와 같다'는 어머니 말씀. 어떤 맛을 먹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교훈처럼 우리의 삶은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는 것투성입니다. 
늘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인생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행복은 그런 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도 늘 행복한 순간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듯, 지금, 이 순간 불행하다고 생각하신다면 혹시 내가 보지 못하는 행복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돌아보는 용기를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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